엄마 마음과 전문가의 손길로, 어린 마음에 맺힌 매듭을 풀다마음의 상처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마지막 보호자, 신의진 교수
“세브란스에서 공부하고 훈련받고 교수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과 은총이지 독점할 자원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후배들이 더 효과적으로 일할 토대를 만들고, 특히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하고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오기조차 어려운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도록 심리지원 프로그램들을 디지털화하고 표준화하는 일을 꼭 마무리 짓고 싶어요.”
레지던트 2년 차 시절부터 신의진 교수(소아정신과)는 밀어닥치는 오만 가지 일들과 치열하게 씨름해야 했다. 아는 것보다 알아야 할 게 더 많은 처지임에도 당시 정신과 차원에서 진행했던 강화도 학교정신건강사업에 참여하라는 지시가떨어졌다. 강화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평가하는 작업이었다.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길을 금요일마다 오가며 일에 매달렸다. 얼렁뚱땅 해치울 일이 아니니 따로 공부가 필요했다.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소아정신과 전문의 은사를 찾아가 개인교습을 받았다.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실습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레지던트 1년 차 때 얻은 큰아이는 남다른 구석이 많아 연구 대상이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뿌리’라면 세브란스병원이 세워지던 그 시절을 말씀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논리와 합리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수두룩해요. 병원의 토대를 닦고 뼈대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에비슨 선교사는 소속 교단을 옮겨가면서까지 한사코 이 땅에 오고 싶어 했어요. 안식년으로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에도 건축가 친구에게 40병 상규모의 병원 설계를 부탁하고, 선교대회에 강사로 나서서 조선에 현대식 병원과 의학교육이 절실하다고 외쳤어요. 때마침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업가 세브란스 씨는 아시아 선교자금으로 준비해두었던 1만 달러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1904년, 병원이 완공될 때까지 총 45,000달러를 헌금했죠. 이분들이 그토록 이 땅의 백성들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헌신한 데는 아무 이유가 없어요. 무조건적이었던 거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프로젝트에 엄마노릇까지, 삶이 전쟁 같았겠어요.
연수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콜로라도대학 소아정신과에서 연수를 받기 시작해서 한 6개월쯤 됐을 때, KEMPE라고 학대아동을 다루는 센터에 들어가서 학대피해 아동을 치료하는 임상적 경험을 해보라고 Dr.Harmon 당시 소아정신과 주임교수께서 제안을 하셨어요. 손이 달리던 참에 제가 한국에서 소아정신과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고 제의하신 거지요. 학대아동 치료센터는 다소 융통성이 있어서 미국 의사면허가 없어도 감독자의 관리를 받아가며 환아를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정식으로 영유아정신과와 학대아동 치료 훈련까지 받게 된 거죠. 주어지는 대로 일을 척척 해냈더니 한국에 돌아가지 말고 미국에 남으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때마침 한국에 자리가 나서 고민할 것도 없이 돌아왔죠.
잠깐만요! 영유아정신과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고요? 영유아도 ‘소아’잖아요.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려면 4년 동안 일반 정신과 공부를 마친 뒤에 2년 동안 소아정신과 트레이닝을 받아야 해요. 4세 이하의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그러고 나서도 또 공부가 필요하고요.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소아정신과 의사라도 영유아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소통이 안 되는 아기들을 진단하고 평가해서 법적인 효력을 갖는 진술을 얻어내는 데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거든요. 유감스럽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트레이닝을 받을 수가 없어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뜻이겠죠.
말도 못 뗀 영유아의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평가하는지 가늠조차 어렵네요.
대부분 행동을 보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영유아들은 어른과 달리 아기 혼자만 떼어놓고 보지 않습니다. 관계를 같이 봐요. 심리검사를 할 때 아빠 엄마를 다 오라고 해서 상호작용을 시키고 따로따로 점수를 매깁니다. 거기다가 검사하는 선생님과 함께할 때의 상호작용의 질을 자세히 평가하지요. 특히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봐요. 상대와 놀 때 아이는 어떻게 눈 맞춤을 하는지, 감정은 어떻게 보여주는지, 얼마나 모방을 하는지, 얼마나 놀이를 확장하는지 보고 영유아정신과 전문가가 진단 기준에 따라 진단을 하지요. 그럼 대부분 답이 나옵니다.
천진난만한 아기들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도 금방 잊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봐요.
두 돌이 채 안 된 아기가 있었어요.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아빠와 친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크고 있었죠. 그런데 엄마가 면접교섭권을 신청하면서 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낯선 환경에서 지내게 된 거예요.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찾아왔는데, 말은커녕 웃지도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더라고요. 애착이 단절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긴 거예요. 그렇게 애착이 단절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확 올라가고, 뇌에서 그걸 받아주는 수용체가 손상을 받으면서 집중력과 기억력 신경회로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유아기 애착 단절 스트레스가 유전자 기능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연구까지 있어요.
아기에게 스트레스가 그토록 큰 파장을 미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3세까지는 뇌 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다양하게 좋은 경험들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저마다 타고난 DNA만큼 인지기능이 발달됩니다. 그러니 학대가 얼마나 나쁜 짓인지 아시겠죠? 어릴 때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고, 뇌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요인입니다. 2-3세의 아기들에게 강력한 스트레스를 주면 뇌 구조가 달라져버립니다.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신경망이 촘촘하게 형성돼야 하는데, 다른 아이들의 절반 정도밖에 발달이 안 되는 거죠. 그 밖에도 공격성을 보이거나 심한 우울증이 올 수도 있어요. 사태를 되돌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4세, 길게 잡아 6세 이후에는 뇌 구조의 변화를 되돌리기가 몹시 어렵다고 봐야죠.
영유아정신과라고는 하지만 결국 평생의 정신건강을 좌우할 토대를 살피는 셈이네요.
영유아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을 다 염두에 둡니다. 영유아정신과는 사실 발달의 근본을 다 뒤집어서 들여다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성인 환자를 보는 시각도 굉장히 깊어져요. 요즘은 대학생 또래 환자들도 꽤 진료해요. 소아정신과에서 청소년까지 다루는데, 대학생들도 말기 청소년기에 해당되거든요. 이들은 대부분 사춘기 이슈들이 정리되지 않고 지속되어 생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어요. 부모님들을 모셔다 들어보면 정서적인 학대는 기본이에요. 검사를 해보면 자신들도 치유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문제를 끌어안고 있기 일쑤고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은 부모 교육입니다. 아빠 엄마를 치료해주면 집안의 평화가 찾아오고 아이들이 회복되죠.

“아이들이 어릴 때 받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고 뇌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요인입니다. 그러니 학대가 얼마나 나쁜 짓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말만 들어도 어질어질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인 줄 애초부터 알고 계셨어요?
처음에는 뭘 모르고 시작했어요. 어려서부터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몸이 너무 약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심심풀이 삼아 닥치는 대로 글을 읽었던 게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사주신 전집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웠어요. 덕분에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일찌감치 눈을 뜨게 됐죠. 그런 경험들은 병리공부에는 보탬이 되지 않았지만,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적잖이 도움이 되더군요. 사회를 보는 시각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요.
일에 치여 살다시피 하셨는데, 걸어온 길에 대한 회한이나 아쉬움 같은 건 없으세요?
인생을 돌이켜보면,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쟁취했다기보다 뜻밖에 주어지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소화하느라 분주한 편이었어요. 정신과 레지던트 2년 차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찌감치 소아정신과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든지, 남편과 함께 연수를 갔다가 영유아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되었다든지 하는 게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일들이었거든요. 보이지 않는 손이 절 빚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지식을 부지런히풀어서 나눠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저도 공짜로 받았으니까요.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영유아의 문제행동
혼낼수록 악화되는 이상행동, 원인부터 파악해야
두뇌와 신체, 정서적인 면이 모두 빠르게 발달하는 영유아기에는 아이의 문제행동이 정상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나, 개인적 발달의 특징인지 아니면 진짜 정신적 병리 현상인지 구별하기 몹시 힘들다. 그러므로 이상행동이 또래에 비해 오래 나타난다면 우선 전문가를 찾아가도록 하자.
글 신의진 교수(소아정신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01 산만함
아이의 병적인 산만함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대표적 증상인데, 이런 성향의 아이는 체질적으로 다른 아이들 보다 집중력이 짧고 충동적이며 활동량이 많다. 만약 별다른 환경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말이 많고 정신없이 나대고 참을성이 없다면 ADHD일 가능성이 높다. ADHD 아동은 보육기관에서 다른 아이의 활동을 방해하고 교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추후 학습 능력 저하, 부모와의 관계 악화, 비행 청소년 등으로 이어질확률이 높다. ADHD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약물치료로 70%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다.
ADHD가 아니어도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한 어린 아동에서도 산만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정서 불안은 ADHD와 구분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이렇게 병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지침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학습할 때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정리한 다음 단시간 학습을 시키다가 차차 양을 늘려간다. 습관이 될 때까지 누군가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 지시는 간단하고 명료하게,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주문한다.
● 가급적 야단을 치기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한다.
● 아이의 산만한 행동이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른 아동과 비교하지 않는다.
02 난폭성
아이가 친구를 밀쳐버리거나 뜻대로 안 되면 물건을 던져버리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일 때, 우선 부모가 우격다짐이나 때리는 방법으로 아이의 공격성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신체적 처벌이나 호통으로 일관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동생이나 친구들과 의견 다툼이 있을 때 부모의 나쁜 방법을 모방하게 되고, 잘못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폭력을 쓰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또 아이가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동생을 괴롭힐 때 너무 심하게 제재하면 반항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조부모는 아이의 응석을 무조건 받아주고 부모는 더욱 강하게 통제할 경우에도 아이는 일관적인 통제가 없어져 버릇없고 반항적인 경향을 갖기 쉽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 차분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제재하고, 아이가 이에 따르지 않아도 적당히 봐주는 여유를 갖되 공격적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계속 표현해야 한다.
● 부모가 먼저 마음을 가라앉혀 아이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 아이가 화난 이유를 먼저 살펴보고, 환경의 문제 때문이라면 아이에게 벌을 줘서는 안 된다.
● 3-4세의 아이가 너무 난폭하게 굴 때는 1-2분 정도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 놓고 반성하게 한다. 이때 방문을 닫아버리거나 어둡게 하면 지나치게 공포심을 자극해 반성할 여유가 없어지므로 주의한다.
03 늦은 발달
아이의 발달 문제로 병원을 찾는 부모들은 이미 다른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6개월 이상 지체다”는 식의 결과를 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아동에서도 개개인의 발달 속도가 너무 다르고 개성도 각기 다르므로, 특정 발달검사의 수치만으로 아이의 발달 정도를 단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이의 타고난 바탕과 주변 환경으로, 이 둘은 임신 때부터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아동에게 발달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 두 요인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소아기 자폐증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뇌의 발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환경에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성 발달과 언어발달의 장애가 발생한다.
반면 뇌의 기질적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도 불안이 심해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언어발달 지연이 올 수 있으며, 이런 아이는 불안을 빨리 소실시켜주면 정상적 언어발달을 되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의 발달이 한두 영역에서 다소 늦거나 빠른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오히려 전반적으로 발달이 적당히 이루어지는지, 정상적으로 적응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뇌의 기질적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도 불안이 심해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언어발달 지연이 올 수 있으며, 이런 아이는 불안을 빨리 소실시켜주면 정상적 언어발달을 되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의 발달이 한두 영역에서 다소 늦거나 빠른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오히려 전반적으로 발달이 적당히 이루어지는지, 정상적으로 적응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04 성에 대한 관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적인 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런 면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정상적인 정신 성적 발달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대체로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서 성기를 손으로 만지는 장난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성기 장난이 심할 때는 상황에 맞춰 적절히 제재해야 하며,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면서 성적인 본능을 적절히 억제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부드럽게 다른 것으로 관심을 유도하거나 고추를 너무 많이 만지면 아플 수 있다 정도로 가볍게 억제해도 보통의 아이들은 곧 그만두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바꾼다.
하지만 심리적 문제가 있거나 환경이 나쁜 아이들은 주변에서 흥밋거리를 찾을 수 없다 보니 자꾸 성기 장난에만 매달리게 되고 자위행위를 심하게 하는 아이로 발전한다. 동생이 생겼 다거나 한 달 이상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때도 아이들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시 환경이 좋아지면 곧 예전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아이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치료 과정이 필요하므로 전문가를 찾도록 한다.
● 남자 아이들은 고추 장난을 하다가 발기가 될 수 있는데, 꾸짖지 말고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기다리면 괜찮아 진다”고 안심시켜준다.
● 아이가 자위행위를 할 때 밖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돌려준다.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 아이를 너무 혼내거나 윽박지르면 아이가 불안해져서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적인 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런 면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정상적인 정신 성적 발달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대체로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서 성기를 손으로 만지는 장난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성기 장난이 심할 때는 상황에 맞춰 적절히 제재해야 하며,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면서 성적인 본능을 적절히 억제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부드럽게 다른 것으로 관심을 유도하거나 고추를 너무 많이 만지면 아플 수 있다 정도로 가볍게 억제해도 보통의 아이들은 곧 그만두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바꾼다.
하지만 심리적 문제가 있거나 환경이 나쁜 아이들은 주변에서 흥밋거리를 찾을 수 없다 보니 자꾸 성기 장난에만 매달리게 되고 자위행위를 심하게 하는 아이로 발전한다. 동생이 생겼 다거나 한 달 이상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때도 아이들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시 환경이 좋아지면 곧 예전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아이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치료 과정이 필요하므로 전문가를 찾도록 한다.
● 남자 아이들은 고추 장난을 하다가 발기가 될 수 있는데, 꾸짖지 말고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기다리면 괜찮아 진다”고 안심시켜준다.
● 아이가 자위행위를 할 때 밖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돌려준다.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 아이를 너무 혼내거나 윽박지르면 아이가 불안해져서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05 대소변 가리기
어릴 때는 대소변을 잘 가리다가 갑자기 속옷에 지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는 대소변을 가릴 능력은 있으나, 뭔가 심리적인 이유로 퇴행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진료실을 찾았던 한 아이는 매일 술을 마시는 아빠 때문에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었고, 급기야 엄마가 한달간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부터 아이는 대변을 지리기 시작했는데, 이후 엄마가 아무리 혼을 내고 시간에 맞춰 대변을 보게 해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아 결국 병원에 온 것이다. 진단 후 아빠에게 술을 끊게 했더니 그렇게 고쳐지지 않았던 아이의 증상이 금세 좋아졌다.
● 일시적으로 대소변을 지리는 현상이 나타난 경우, 혼내지 말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한 후 아이를 편안하게 배려해주면 한두 달 내로 증상이 호전된다. 만일 그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 처음부터 대소변 가리기가 힘든 아이는 전문가를 찾아 원인을 밝혀야 한다. 발달 지체, 항문 괄약근 조절 기능 이상, 야뇨증 등 원인이 다양하다.
소아정신과, 꼭 가야 하나요?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공부를 안 하거나, 어른에게 대들거나, 친구를 때리는 것 등이 모두 정신적인 문제와 연관될 수 있으므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 어렵다거나 뭔가 다르다 싶으면 먼저 과학적인 사실부터 확인하기를 권한다.
특히 소아정신과에 찾아가라고 엄마들에게 권하는 이유는 아이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심리적 차원을 넘어 뇌발달과 관련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단 소아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은 후 진단에 따라 다른 상담기관이나 놀이치료사를 찾아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