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

Hereditary breast-ovarian cancer syndrome


  •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이란?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hereditary breast-ovarian cancer syndrome)은 유방암과 난소암의 높은 발생 위험을 특성으로 하는 유전 질환입니다. 유방암의 약 5-10%, 난소암의 약 30%가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BRCA1 또는 BRCA2 생식세포 유전자 돌연변이입니다.
BRCA1/2는 유전자 손상 부위를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BRCA1/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 발생을 억제하는 능력이 낮아져서 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이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도는 10배, 난소암 발생 위험도는 20-40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 췌장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발생 위험도도 증가합니다.
BRCA1/2 생식세포 유전자 변이는 보통 부모 한쪽에서 상염색체 우성 방식으로 유전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을 ‘돌연변이 보인자’라고 하는데, 보인자를 기준으로 형제자매와 자녀는 각각 50%의 확률로 동일한 유전자 변이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가족 내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부모, 자녀, 형제자매는 가족 검사가 권고됩니다.
BRCA1/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 보인자의 평생 유방암 발생 위험도는 60% 이상, 난소암 발생 위험도는 BRCA1 변이 보인자의 경우 39-58%, BRCA2 변이 보인자의 경우 13-29%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성 보인자의 경우 평생 남성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BRCA1 변이 보인자에서 0.2-1.2%, BRCA2 변이 보인자에서 1.8-7.1%, 전립선암 발생 위험도가 BRCA1 변이 보인자에서 7-26%, BRCA2 변이 보인자에서 19-61%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과 여성 모두 췌장암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특히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가계에서는 평생 위험도를 5% 정도로 추정합니다. 그 외 악성흑색종, 위암, 대장암 발생 위험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의 원인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 관련 유전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발견되며, 잘 알려진 것은 BRCA 유전자입니다. 생명체의 세포 내 유전 정보는 DNA 서열로 저장되어 있는데, 환경적인 요인으로 또는 정상적인 대사 활동 중에도 DNA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포의 기능 수행에 중요한 DNA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생명체는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DNA를 수선하고자 하는데, 특히 DNA 이중 가닥 중 양쪽 가닥이 모두 손상된 경우(double strand break) 수선하는 기전이 몇 가지 알려져 있습니다. BRCA1/2 유전자는 이 중 상보적인 염기 서열의 정보를 이용하는 상동 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BRCA1/2 유전자가 원래의 기능을 잃어버린다면 DNA 손상 복구에 문제가 발생하며, 암 발생 위험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관련 유전자로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도가 모두 증가하는 PALB2, STK11, ATM, RAD51C, RAD51D, 유방암 관련 위험도가 알려져 있으나 난소암 관련 위험도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한 TP53, CDH1, CHEK2, NF1, PTEN, 난소암 관련 위험도가 알려져 있으나 유방암 관련 위험도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한 BRIP1, MLH1, MSH2/EPCAM, MSH6, PMS2 등이 있습니다.


  •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의 진단

우리나라에서는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할 경우,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생식세포 유전자 검사를 권고합니다.

- 유방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 및 친척 중에서 1명 이상 유방암, 난소암(난관암, 복막암), 남성 유방암, 전이성 전립선암, 췌장암이 있는 경우
- 만 40세 이하에 진단된 유방암
- 만 60세 이하에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 양측성 유방암
-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또는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
- 남성 유방암
- 난소암(난관암, 복막암)

주로 혈액 정상 세포에서 추출한 DNA 등 유전 물질에서 생식세포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진단합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이 임상적으로 의심되나 BRCA1/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여러 가지 관련 유전자를 모두 확인하기 위한 다유전자패널 검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의 관리

아직 생식세포 유전자 변이를 교정해 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BRCA1/2 돌연변이 보인자의 암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합니다.

- 이미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을 진단받은 보인자에서는 병기와 치료 단계, 환자 상태를 고려해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PARP는 상동재조합과 다른 방법으로 DNA 손상을 수선하는 기전에 관여하므로, BRCA 기능이 손상되어 있는 BRCA1/2 유전자 변이 보인자에서 PARP를 억제할 경우 합성 치사(synthetic lethality)를 일으켜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아직 암을 진단받지 않은 보인자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위험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적 수술입니다. 예방적 수술은 이미 암이 발생한 부위를 절제하는 것과 달리 수술 범위가 좁고 암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가장 뛰어납니다. 일반적으로 난소, 난관의 예방적 절제는 BRCA1 돌연변이 보인자에서는 35-40세에, BRCA2 돌연변이 보인자에서는 40-45세에 권고합니다. 예방적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위험도를 다소 낮출 수 있는 약물치료(타목시펜, 경구피임약 등)나 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정밀검진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보인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 췌장암은 진행이 빠르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검진의 효과가 매우 한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BRCA1/2 변이 보인자에서는 50세부터 MRI나 내시경 초음파 등을 이용한 정밀검진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남성 보인자는 40세부터 전립선암 검진을 고려하며 주치의와 상담할 것을 권고합니다.


<글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박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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