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같은 교수님과의 만남, 소풍처럼 즐거운 병원 가는 길   

4기 폐암 진단 후 표적항암제 복용 중인 윤정희 씨와
희망 주는 주치의 홍민희 교수
 

뇌까지 전이된 4기 폐암. 

5년 전 윤정희 씨는 갑자기 암 진단의 충격을 떠안게 되었지만, 치료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몸에 딱 맞는 표적항암제와 수술로 큰 부작용 없이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했기 때문. 그녀는 “살 수 있다”며 희망을 심어준 주치의 홍민희 교수에게 진심의 감사를 전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4기 폐암 진단의 충격, 따듯한 위로가 심어준 희망

2017년 이른 봄, 쇄골 쪽에서 약한 통증을 느낀 윤정희 씨는 동네 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과거 갑상선을 치료받은 경험도 있고 예순에 가까운 나이니까 검사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흉부 X-ray를 추가하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세브란스 병원 감염내과로 보냈다. X-ray에선 아무 이상이 없지만, 초음파에서 림프절이 부어 있다는 이유였다. “지금이야 코로나19 때문에 감염내과가 익숙하지만, 그때만 해도 감염내과는 들어본 적도 없었어요. 이런 과도 다 있네 하면서 별다른 걱정 없이 감염내과에서 몇 가지 검사를 받은 게 결국 폐암 진단으로 이어졌네요.” 

갑작스러운 암 진단에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홍민희 교수(종양내과)의 진료실에 처음 들어섰던 그때, 홍 교수가 건넨 한마디는 윤정희 씨의 마음에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교수님한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저 살 수 있냐는 거였어요. 교수님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럼요, 살 수 있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론 다른 걱정 안 하고, 그냥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어요.” 


통증 없는 치료 덕분에 직장생활까지 편안하게

뇌 전이가 동반된 4기 폐암으로 수술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그녀는 표적항암제의 대상이 되어 곧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ALK 돌연변이 억제제를 복용하면서 폐의 암이 크게 줄어들었고, 림프절과 뇌에 전이된 암도 거의 사라졌다. 1년 반쯤 지난 뒤, 표적치료제의 가장 큰 약점인 내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폐에 작게 남아 있던 암을 수술로 제거하자는 홍민희 교수의 권유에 따라 우중엽 절제술을 받았다. 현재 그녀는 5년째 내성 없이 표적항암제를 복용 중이고, 영상검사에서 암 덩어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암 진단 후 정희 씨는 감사하다는 기도를 가장 많이 했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자신이 암에 걸린 것도, 좋은 의사를 만난 것도, 모두 감사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진료받을 때마다 교수님한테 좋아졌다는 이야기만 들으니까 세브란스 가는 길이 소풍처럼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통증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머리카락 한 올 빠지는 것도 없고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다들 암 환자 같지 않다고 그래요. 홍민희 교수님을 만난 게 저에겐 큰 행운입니다.” 



임상시험, 진행성 폐암 치료의 가장 좋은 대안
치열한 연구로 폐암 치료의 길 넓혀가는 홍민희 교수 
 

최근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기사가 많습니다. 

실제로 흡연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폐암 환자 수는 조금씩 증가해 3-4년 전에는 1년에 약 2만 4천 명 정도의 폐암 환자가 발생했으나 2019년 통계에서는 2만 8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흡연 여성의 폐암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인이 명확하진 않으나, 가스레인지의 가스나 실내 라돈에 대한 노출, 미세먼지, 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암의 가장 강력한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흡연입니다. 간접흡연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세간의 오해와 달리 유전이나 가족력은 폐암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암 치료가 계속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폐암이 다른 암과 굉장히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진단 당시 4기인 환자의 비율이 약 45%에 달하고, 수술이 가능한 1-2기로 진단받는 환자는 30%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폐암을 빨리 알아챌 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고,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진단 도구 역시 없기 때문입니다.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되면서 조기 진단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위암의 위내시경 또는 대장암의 대장내시경 등과 비교하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재발을 잘 하는 폐암 자체의 특성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고형암은 1기 환자의 생존율이 90%를 넘지만, 폐암은 1기 환자의 재발률이 20-30%에 달해 생존율이 75%에 불과합니다. 2기 환자는 약 50%, 3기에서는 75% 가까이 재발하고요. 


폐암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종류에 따라 치료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합니다. 폐암 가운데 가장 발병 빈도가 높은 선암, 담배와 연관성이 높은 편평상피세포암 등 대부분이 비소세포폐암에 속하고,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5%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폐암 종류를 세분하는 이유는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소세포폐암은 순식간에 암이 전신에 퍼질 정도로 공격적이고 재발을 특히 잘 하는 고약한 특성을 갖고 있어서 초기에 발견되더라도 수술을 거의 하지 않고, 항암방사선동시요법을 시행합니다. 반면 비소세포폐암은 다른 암종과 비슷하게 1, 2기는 수술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치료가 표준치료이며, 4기에서는 항암치료를 합니다. 3기에는 수술 가능 여부에 따라 수술 후 항암방사선동시요법을 하기도 하고, 먼저 항암방사선동시요법 또는 항암치료를 한 후 수술을 하기도 하며, 수술 없이 약물치료만 진행하는 등 치료법이 다양합니다.


최근 폐암 치료에서 표적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암 치료에서 표적은 왜 중요한가요? 

표적의 존재 유무가 항암제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직검사로 폐암이 진단되면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표적의 존재 유무를 확인합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나 단백질 발현을 표적으로 공격해 암을 억제하는 원리로, 특정 표적이 존재하는 환자군에서만 사용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폐암에서 가장 많은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표적항암제로 EGFR 억제제를 사용하는 겁니다. 폐암은 이 분야의 연구가 특히 활발해서 ALK, ROS1, KRAS 등 다양한 표적들을 발견해왔고 그에 맞춰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표적치료제는 무엇보다 암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므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굉장히 빠르고 강력한 반응을 보여주며 부작용은 적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생긴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어서 내성 원인에 따라 치료제를 변경해야 합니다.


표적이 없는 3-4기의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무조건 부작용이 많은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 해야 하나요? 

표적이 없는 진행성 폐암에서는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또는 다른 항암제와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면역항암제는 내성이 잘 생기지 않으며, 약제에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는 거의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보여줘 4기의 폐암 환자가 장기 생존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면역항암제의 등장 이후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 수준에서 약 20-25%로 4배가량 향상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하고, 약제 사용 전에 이러한 환자군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갑상선기능저하증, 면역 매개 폐렴, 심근염 등 면역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요. 그러나 면역항암제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는 폐암 전문의조차도 1년에 한두 명을 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드물게 발생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암 치료의 선두주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유기적 다학제 진료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등 각 과의 전문가들이 일주일에 2회 이상 다학제 회의를 진행해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개별 환자에게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 국내에서 가장 많은 폐암 신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100여 개의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진행된 병기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신 치료 국내 최고의 의료진들이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보다 업그레이드된 최신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표준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폐암 환자라면 누구나 이러한 신약치료를 원할 텐데요. 4기의 환자들만 받을 수 있나요?

4기 폐암에서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꾸준히 입증되면서 신약치료의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수술이 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일정 표적을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재발률이 유의하게 낮아진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수술 후 표적치료제 사용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표적이 없는 3-4기의 환자에서는 1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신약들은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치료 효과는 훨씬 좋으면서 구역, 구토, 탈모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신약치료를 통해 진행성 전이성 폐암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약은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 이라는 이야기도 많던데요. 

신약이 워낙 고가인 데다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신약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는 임상시험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롭게 개발된 여러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뿐 아니라, 4기 환자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을 더 낮은 병기의 환자에 사용해본다거나 이미 시판된 약을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는 등 기존의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새롭게 활용하는 임상시험도 다양하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의과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훨씬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임상시험 설계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암 치료 성적을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과거에는 임상시험을 권유하면 환자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고 오해하고 불쾌해 하는 환자, 보호자들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런 편견이 거의 사라져서 오히려 임상시험을 받으려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홍민희 교수(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폐암, 두경부암, 식도암의 항암약물치료, 신약치료가 전문이며, 폐암 환자들을 주로 돌보고 있다. 간, 뼈, 뇌 등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폐암을 진단받고 절망하는 환자들에게 홍민희 교수는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한다. 비록 모든 환자는 아니더라도, 최신 치료를 통해 눈에 띄게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진료실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진행된 병기의 폐암 환자들의 약물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100여 건의 다양한 항암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진행성·불응성 폐암의 내성 기전과 극복에 관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